부동산

부천 1억원 눈물의 마피

엘도라 영 2023. 2. 14. 14:14

경기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입주 시점에 임박한 분양권 '마이너스피'(분양가보다 싸게 처분하는 거래)가 눈에 띈다.

고금리에 자금 마련이 어려운 데다, 주변 단지 시세를 반영해 분양가보다 싸게 처분하는 거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월12일까지 경기도에서 총 529개의 분양권·입주권 매매거래가 등록됐다.

부천, 시흥, 화성, 양주 등 경기도 지역에서 공급한 분양권·입주권 매매거래가 등록됐다.

특히 2월 말 입주를 앞둔 부천 일루미스테이트에서만 8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그중 33평 크기의 전용 84㎡(18층) 분양권은 지난달 말 4억2700만원에 직거래되며 분양가 5억4220만원보다 1억원 넘게 떨어졌다.

25평 크기의 전용 59㎡도 분양가 4억1800만~4억3000만원보다 최소 1000만원가량 빠진 4억491만원, 4억793만원에 거래됐다.

경기도 화성시청역 서희스타힐스 4차 숲속마을에서는 전용 84㎡(17층) 입주권이 2억9984만원에 실거래 등록됐다. 조합원 공급가격이 일반 분양보다 30% 저렴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5000만원가량 손해본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7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로 지난 집값 급등기에 가격이 상승한 양주 옥정신도시 일대 신축 단지에서도 마피 거래가 등록됐다.

'양주 옥정신도시 디에트르 프레스티지' 75㎡(13층)이 2억9950만원에 거래됐다. 2019년 11월 최초 분양가 2억8800만~3억500만원 수준에 못 미친다. 1500만원 상당의 발코니 확장비를 고려하면 매도자가 손해를 감수한 거래다.

고금리 직격탄을 맞아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분양자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분양권 거래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잔금 마련에 실패한 경우 분양권 매각을 통해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며 "입주 잔금을 못 치르면 지체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이런 경우 통상적인 대출 이자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초 분양자가 자금이 막혀 마음이 급하면 마피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애초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단지는 자연스럽게 할인 분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기도를 비롯한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신규 단지 공급 물량이 연이어 예정된 가운데 인근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반영한 마이너스피 매물은 한동안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1~2년 전에 분양가가 책정됐을 당시보다 최근 집값이 급락하면서 마이너스 피 매물이 나오는 것"이라며 "수도권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일부 자유롭다 보니 주변 시세를 반영한 마피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