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가을이 되어 나무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대봉을 보면 늘 아버지 생각이 난다. 맞벌이로 바쁜 나와 내 남편 때문에 우리딸은 자주 친정부모님께 가 있었다. 친정에서는 우리 딸이 첫손주였다. 그래서인지 우리아버지는 유난히도 딸아이를 이뻐하셨다. "이번주 주말에 내려갈께요!"라고 말씀이라도 드리는 날엔 아버지는 우리가 도착하기 몇시간 전부터 대문앞 큰길까지 나와서 우리들을 기다리셨고, 하루이틀 머물다 우리가 돌아가는 날이면 대문 밖에 서서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셨다. 우리딸은 유난히 병치레가 잦았다. 한번 아프면 수일동안 앓아눕기 일쑤였고, 아프지 않을 때도 먹는데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게 안타까웠는지 아버지는 우리딸아이 입에 뭐라도 하나 넣어주려 애쓰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안먹겠다고 종종거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