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얘기 10

어느 월요일

미세먼지가 온 하늘을 뒤덮은 어느 월요일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 강화로도 향했다. 딱히 목적지가 없었고, 지난 무더웠던 여름날 햇볕이 따가워서 그냥 지나쳤던 석모도 수목원을 가보았다. 월요일이서도 그랬고, 아직 쌀쌀해서도 그랬고, 사방에 꽃이 많이 피지 않아서도 그랬는지 사람이 없어서 더 조용했다. 하늘은 뿌옇지만, 그래도 산에서 불어보는 바람은 상쾌했다. 수목원으로 오르는 길은 이렇게 다니기 편하게 야자매트가 깔려 있고 목조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산책하면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 볼수 있어 좋았다. 수목원의 특성상 재미있고 그런 곳은 아니지만, 산림욕을 하다보니 우울했던 감정이나 현실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해소도 되는 힐링이 되는 장소 인듯 하다. 겨울의 끝자락 봄의 시작을 알리는 이름 모르는 꽃들이 ..

사는 얘기 2023.03.24

아빠 마음

내아들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중학교 1학년 가을에 유소년 축구팀 입단 심사를 보기로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중학교를 입학한 따스한 봄날 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 운동장에서 열심히 축구를 하던중 다리를 다쳤다. 그길로 아이를 차에 태워 병원가서 x-레이는 물론, ct까지 찍어본 결과 결국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진한 초록색의 깁스를 발끝부터 무릎밑까지 하고 양팔은 목발에 의지한채 걸음을 걸어야만 했었다. 아들은 자기도 속이 많이 상했는지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었다. 축구팀 입단 심사는 물론 축구선수의 꿈도 멀리 날아가 버렸다. 뿐만 아니라 당장 학교 등교와 학원을 다니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나의 남편은 아들의 미래의 축구선수는 별 관심이 없었고 지금 당장 학교를 다녀야 하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갔..

사는 얘기 2023.03.24

강릉 가족여행

연말에 보지 못했던 해돋이를 볼 욕심에 밤에 차를 몰고 무작적 강릉으로 향했다. 먹거리를 사러 강릉 중앙시장에 갔는데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많은 곳이 문이 닫혀 있어서 그냥 숙소로 가 잠을 청했다. 일찍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내다보니 오잉? 날씨가 흐리네.... 이런 ㅠㅠ 해돋이 보기엔 다 글렀네. 그래도 옷을 챙겨입고 정동진 바닷가로 가보기로! 해돋이는 못 봤지만 정동진바다 내음을 실컷 들이마시고 강릉 가면 꼭 들리는 사찰인 등명낙가사로 향했다. 등명낙가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으로 신라시대 선덕여왕 재위시 자장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당시 북쪽의 고구려와 동쪽의 왜구가 자주 침범하던 곳으로 자장은 부처의 힘으로 이를 막기 위하여 이 절을 세웠다고 한다. 강릉시 구정면에 위치한 강릉솔향수목원! 이 수목..

사는 얘기 2023.03.09

경남 고성 여행

공룡 발자국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해식 동굴의 멋진 포토존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곳 경상남도 고성에 위치한 상족암 군립공원에 다녀왔다. 해질녘이라 그런지 더 운치 있어 보였으며 잔잔한 파도가 치는 바닷가를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일주일 정도 푹 쉬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길따라 쭈욱 가보니 사진 찍기 아주 좋은 멋진 해식동굴을 발견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통영 중앙시장에 가서 시장을 둘러본 뒤 유명한 충무김밥을 먹었다. 무우무침과 어묵의 교모한 식감이 달짝지근하고 맛있었다. 석박지인가 깍두기인가는 모르겠지만, 먹기 좋게 익었고 충무김밥과 잘 어울렸다. 사진은 없지만 충무김밥 매장 옆에 있는 꿀빵이 정말 맛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통영에 가..

사는 얘기 2023.03.03

보라카이 여행

12월17일 새벽3시에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발권을 늦게 하여 네식구가 모두 하나씩 따로따로 떨어져 앉아서 너무 불편한 자세로 4시간 반이나 비행을 했다. 흔들리는 비행기에 불안함을 느끼면서 칼리보공항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입국심사가 너어무 너무 오래 걸렸고 거기다 비까지 온다. 숙소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봉고차를 기다리는데만 한나절! 이곳 사람들은 경적을 잘 안울리고 건물들이 낮다. 야자수 나무도 많고...봉고차에서 내려 배를 타고 보라카이 섬으로 이동중 역시 여기서도 대기. 기다림이 끝이 없다.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가 너무 이뻐서 피곤함이 좀 가신다. 보라카이에서 유명한 디몰로 나가 호프집에서 맥주와 나초를 먹었는데 정말 눅눅하고 맛이 없었다. 마트가서 캔맥주랑 물, 과자를..

사는 얘기 2023.02.24

숙주전...수미네 반찬

무침이나 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숙주나물. 숙주와 좋아하는 채소를 듬뿍 넣고 전을 부쳐보는 건 어떨까? 집에 있는 자투리 채소를 이것저것 채 썰어 넣으면 색도 곱고 영양소도 다양한 반찬이 뚝딱 만들어진다. 수분과 식이섬유의 함량이 높아 포만감을 주지만 열량이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아주 좋은 숙주는 해독 기능이 뛰어난 식재료다. 오늘 저녁은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하게 숙주가 씹히는 색다른 맛의 숙주전에 도전해보자. ◇숙주전 만드는 방법◇ 재료: 돼지고기 안심, 국간장 1큰 술, 다진 마늘 1큰 술, 후추, 부침가루 6큰 술, 쌀가루 50g, 소금 1꼬집, 숙주, 양파 1/3개의 반 1. 다진 돼지고기 안심에 국간장, 다진 마늘, 후추를 넣고 버무린 뒤 약 3~5분간 재워둔다. 2. 큰 볼에 부침가..

사는 얘기 2023.02.10

학교 폭력의 경험

우리 아들이 중학교2학년때의 일이다.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데 한학년 선배인 중3의 이천우(가명)라는 녀석이 찾아와 우리아들의 안경을 벗긴 후 다짜고짜 주먹을 날려 얼굴과 귀등을 여러번 때렸다고 한다. 그모습에 놀란 반아이들이 때리는 천우와 맞고있었던 우리아들을 떼어놓고 담임선생님을 불러서 다행히도 큰싸움으로 번지진 않았다. 천우가 아들을 때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일주일전부터 아들에게 지속적으로 현금 3만원을 가지고 오라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천우에게 돈을 주지 않고 나에게 말을 했었다. 그 얘길 들은 나는 아들의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하였었다. 뭐 학교에서 늘 말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메뉴얼이었으니까...그때까지 나는 담임선생님과 학교에서 우리 아들을 지켜줄거..

사는 얘기 2023.01.16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도 못하면서 희한하게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들었었다. "가시나는 고등학교 졸업해서 시집만 잘가면 되지"라고 늘 말씀하시는 아버지때문이라고 핑계를 대 보기도 했다. 아니면 동생들 뒷바라지 하라고 압박 아닌 압박에 시달려서 대학교 진학을 꿈도 안꿨었다라고도 핑계를 대곤 했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땅한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나를 걱정하셨던 엄마는 나를 간호조무사학원에 끌고가서 강제로 입학을 시키셨다. 뭐 강제라고 표현은 했지만 그걸로 10년을 밥먹고 살았으니까 적성에는 맞았던 모양이다. 20대에는 직장생활에 정신없이 보냈었었고, 그 이후로 30대엔 결혼과 육아에 또 정신없이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다 좋은? 친구가 경매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시작으로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

사는 얘기 2023.01.12

바보 언니

나에겐 한살 터울의 언니가 한명 있다.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영특해서 똑똑하다는 소릴 많이 듣고 자랐었다. 아버지는 직업군인이셔서 그런지 유난히 가족들에게 엄하셨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장녀의 역할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인지 우리 언니는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도 남달랐다. 어린시절 세발자전거를 타더라도 나를 앞에 태우고 뒷자리엔 내여동생을 태워 본인은 자전거를 줄에 메달아 끌어줬던 언니였다. 동네 남자애들과 눈싸움을 할 때 행여라도 동생들이 눈뭉치에 맞을까봐 자기 뒤에 서 있으라고도 했다. 고작 나보다 한살 밖에 안 많으면서... 우스갯 소리도 잘하고 재치가 있어 이영자 보다 더 뛰어나 개그우먼이 되거나, 노래도 어찌나 잘하는지 주현미보다 유명한 가수가 될 줄 알았다. 타고난 허스키한 목소리로 구..

사는 얘기 2023.01.06

아버지

깊어지는 가을이 되어 나무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대봉을 보면 늘 아버지 생각이 난다. 맞벌이로 바쁜 나와 내 남편 때문에 우리딸은 자주 친정부모님께 가 있었다. 친정에서는 우리 딸이 첫손주였다. 그래서인지 우리아버지는 유난히도 딸아이를 이뻐하셨다. "이번주 주말에 내려갈께요!"라고 말씀이라도 드리는 날엔 아버지는 우리가 도착하기 몇시간 전부터 대문앞 큰길까지 나와서 우리들을 기다리셨고, 하루이틀 머물다 우리가 돌아가는 날이면 대문 밖에 서서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셨다. 우리딸은 유난히 병치레가 잦았다. 한번 아프면 수일동안 앓아눕기 일쑤였고, 아프지 않을 때도 먹는데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게 안타까웠는지 아버지는 우리딸아이 입에 뭐라도 하나 넣어주려 애쓰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안먹겠다고 종종거리며 ..

사는 얘기 202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