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얘기

학교 폭력의 경험

엘도라 영 2023. 1. 16. 10:54

우리 아들이 중학교2학년때의 일이다.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데 한학년 선배인 중3의 이천우(가명)라는 녀석이 찾아와 우리아들의 안경을 벗긴 후 다짜고짜 주먹을 날려 얼굴과 귀등을 여러번 때렸다고 한다. 그모습에 놀란 반아이들이 때리는 천우와  맞고있었던  우리아들을 떼어놓고 담임선생님을 불러서 다행히도 큰싸움으로 번지진 않았다.
천우가 아들을 때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일주일전부터 아들에게 지속적으로 현금 3만원을 가지고 오라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천우에게 돈을 주지 않고  나에게 말을 했었다. 그 얘길 들은 나는 아들의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하였었다. 뭐 학교에서 늘 말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메뉴얼이었으니까...그때까지 나는 담임선생님과 학교에서 우리 아들을 지켜줄거라 생각을 했고 별일이야 있겠냐라고 생각을 했었다.

담임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나는 남편과 함께 부랴부랴 아들학교로 향했다. 교무실 한쪽에 앉아 있던 아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두주먹을 쥐고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우리를 바라 보았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천우는  전혀 긴장함도 보이지 않고 미안함이 없던 표정이 우리아들의 표정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일단, 담임선생님께 학교폭력 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말씀을 드렸고 나는 학교 근처에 있는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누가 전화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모경찰관이 "아이들 싸움인데 좋게 해결하시죠?"라고 말을 했고, 그말을 듣고선 나와 우리 남편은 아들을 달래서 학교폭력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벌을 주리라 생각을 했다.(순진하게도)

그날 저녁 우연히 들어간 천우의 sns를 본후 나는 생각을 바꿨다. 우리아들과  교무실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을때,  천우는 승리의 V를 하고 웃으면서 찍은 사진을  자랑인거 마냥  sns에 올렸놨었다.
이를 보고선 이아이를 그냥둬서는 안되겠다라는 아주 확고한 마음이 들었다.
112에 직접 신고를 하였고, 아들과 함께 집인근 경찰서를 내방하였고  아들은 자필로 또박또박 진술서를 작성해서  천우를 고소 했다. 경찰서에 근무하신 경찰관 한분은 이 천우를 잘 알고 있었다. 비행청소년으로 낙인이 찍혔었던 모양이다.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위원장이신 학부모 몇분과 선생님들 및 교감선생님께서도 함께 하여 나와 우리 남편의 얘길 들었다. 그중 교감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빙긋이 웃으면서 "이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학교차원에서 노력하겠습니다." 그말에 열이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는 교감선생님께 물었다. "우리 아들이 왜 맞아야 되죠? 왜 우리아들이 맞은 다음에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는 겁니까?"
"우리아들은 괴롭히는 학생을 부모인 나에게 말을 했고, 엄마인 나는 담임선생님과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학교에서 늘 가르쳤던 학교 폭력에 대한 메뉴얼 아닙니까? 메뉴얼대로 행동한 우리아들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교감선생님께선 그저 죄송합니다로 대충 얼버무리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고, 그 아이는 한달동안의  등교정지를 당했다고 한다.
강제전학도 아니고...

그일이 있고 우리 부부는 가해자인 천우와 천우의 아버지, 할머니를 만났다.(어머니는 계시지 않는다고 하였다)
할머니는 무릎을 꿇고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손자의 형사처벌만 받지 않게 해달라고... 안쓰럽던 할머니 모습에 잠깐 흔들리긴 했었지만 나는 매우 강한 어조로 "할머니, 이러지 마세요 손자가 잘못을 했을 땐 스스로 책임을 지게 가르치세요 만약 제아들이 천우와 똑같은 잘못을 했다면 전 그렇게 할겁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일을 계기로해서 우리부부는 제일 걱정되었던게 천우와 우리아들과 같은 동네에서 서로 계속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과, 천우가 처벌을 받은 후 천우의 불량스러운  그 무리들이 우리 아들에게 해코지를 하면 어떡하지였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천우에게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협박아닌 협박을 하였다. 다시는 우리아들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드리지 말라고...

경찰에 신고를 한후 천우는 경찰서도 여러번 방문을 해야했고, 재판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여서인지 처벌의 결과가 고작 사회봉사 50시간이었다. 어쩜 저정도 밖에 안되는 처벌을 받지? 라는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후에 지인인 변호사님께 여쭤보니 작은처벌은 아니라고는 하셨지만, 나는 억울했다. 저걸로 천우가 변할수 있을까? 과연 우리아들이 억울하게 당한 학교폭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인가?

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 들어서인지 이일을 있은 후 성격이 조금씩 변해갔다. 자기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도 마음도 강해지려 하는거 같았다. 아들은 많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아무런 저항한번 없이 오롯이 맞기만 했다는게 엄청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었던것 같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지만 중학교시절을 잊지 못하는듯 했다. 가끔씩 생각이날때마다 천우를 때려주고 싶다는 말도 했었다.  
그러다 아들은 어느 추운 겨울 저녁에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천우는 깜짝 놀랐으면서도 우리아들의 전화를 잠깐? 반가워 했다고한다. 아들은 그일을 잊은듯 한 천우의 웃음소리에 순간 화가 폭발해 천우에게 욕지거리를 쏟아 냈다고 한다. 천우는 그 욕을 묵묵히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
아들은 6년전 중학교시절의 얘기를 꺼냈었고 왜 그랬는지를 물었다. 천우는 자기 자신 또한 선배들에게 맞기도 했고 돈을 상납하기도 했었지만 아무일도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아들에게 그렇게 해도 아무일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어떻게 보면 천우도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던 것이다.

그얘기를 하면서 천우는 정말 진심을 다해서 우리아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아들은 천우가 하는 말의 진심을 느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뭔지모르는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아들도 사춘기 어린아이에서 성인이 되었고 몸이 커진만큼 마음도 커졌을테고 천우역시 그랬으리라.
아들은 천우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줬고, 이젠 더이상 그시절 그때의 얘기를 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거 같다고 한다.

TV매스컴이나 SNS등을 통해 학교폭력을 겪었던 피해자나, 가해자들의 얘기를 가끔씩 접할 때가 있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내용이 엄청난 인기가 있다. 정말로 가해자들은 그냥 철없을때 했던 장난이었어라고 치부할게 아니라 무릎을 꿇고서라도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할 것이다. 피해자의 마음의 응어리가 풀릴때까지...
그 사과는 상처를 입었던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 본인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잘 참아냈던 아들에게 고맙고 밉고 또 밉지만 6년이 흘러서라도 진심을 사과를 해준 천우에게도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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