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

바보 언니

나에겐 한살 터울의 언니가 한명 있다.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영특해서 똑똑하다는 소릴 많이 듣고 자랐었다. 아버지는 직업군인이셔서 그런지 유난히 가족들에게 엄하셨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장녀의 역할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인지 우리 언니는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도 남달랐다. 어린시절 세발자전거를 타더라도 나를 앞에 태우고 뒷자리엔 내여동생을 태워 본인은 자전거를 줄에 메달아 끌어줬던 언니였다. 동네 남자애들과 눈싸움을 할 때 행여라도 동생들이 눈뭉치에 맞을까봐 자기 뒤에 서 있으라고도 했다. 고작 나보다 한살 밖에 안 많으면서... 우스갯 소리도 잘하고 재치가 있어 이영자 보다 더 뛰어나 개그우먼이 되거나, 노래도 어찌나 잘하는지 주현미보다 유명한 가수가 될 줄 알았다. 타고난 허스키한 목소리로 구..

사는 얘기 2023.01.06

아버지

깊어지는 가을이 되어 나무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대봉을 보면 늘 아버지 생각이 난다. 맞벌이로 바쁜 나와 내 남편 때문에 우리딸은 자주 친정부모님께 가 있었다. 친정에서는 우리 딸이 첫손주였다. 그래서인지 우리아버지는 유난히도 딸아이를 이뻐하셨다. "이번주 주말에 내려갈께요!"라고 말씀이라도 드리는 날엔 아버지는 우리가 도착하기 몇시간 전부터 대문앞 큰길까지 나와서 우리들을 기다리셨고, 하루이틀 머물다 우리가 돌아가는 날이면 대문 밖에 서서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셨다. 우리딸은 유난히 병치레가 잦았다. 한번 아프면 수일동안 앓아눕기 일쑤였고, 아프지 않을 때도 먹는데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게 안타까웠는지 아버지는 우리딸아이 입에 뭐라도 하나 넣어주려 애쓰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안먹겠다고 종종거리며 ..

사는 얘기 2023.01.03